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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주는 곰이, 엽전은 왕서방이 챙기는 태국 해피타이|2023.02.01 18:14|조회수 : 118

로나의 긴 강을 건너는 동안 태국에도 변화가 왔다.

넷플릭스 같은 OTT 플랫폼에서 K-컨텐츠의 획기적 진보로 ‘한국붐’이 다시 도래한 것이다. 한류가 폭발하던 몇년 전 각종 제품에 ‘픙 마짝 까올리(한국에서 막 왔어요)’란 문구를 붙여 판매하던 태국 상점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미나리’ ‘오징어 게임’ 등이 촉발시킨 K-컨텐츠는 2022년 들어 더 빠른 진화가 일어나고 있다. 태국의 주간 인기순위 Top 10에 한국 드라마, 영화가 50% 이상을 차지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한국 영상매체의 인기는 소비재 수요와 함수관계가 깊다. 특히 한국 드라마에 먹고 마시는 장면이 얼마나 많던가? 태국 내 한국 소주, 한국음식의 인기가 역대 최대치인 것도 이 영향이 틀림없다.

 
 
 

태국 재벌가 2세는 한국식당에서 ‘한국 쐬주’를 연발하며 맥주를 섞어 폭탄주를 돌리고, 한국 주류, 식품 수입업자들은 간만의 대성장을 예고했다. 태국 지도층, 기업인들도 한국요리에 코로나 겪으면서부터 엄지손가락을 치켜든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한국 브랜드가 유독 잘 팔리는 것에 눈독들인 태국 업자들이 망설임 없이 시장에 뛰어든 것이다. 중소기업 뿐만이 아닌 대기업도 다르지 않았다.

한국의 5분의 1밖에 안되는 생산인력비에 없는 것이 없는 풍부한 식재료들. 한글 브랜드만 붙이면 영락없는 한국스타일의 제품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다.

한 예로 대형 할인몰인 태국 Lotus’s에서 판매되는 소주를 보자. 한국 딸기소주, 요쿠르트 소주 등이 대량 전시되어 있다. 젊은층에 인기가 있는 저알콜 주류인데 브랜드명은 ‘건배’와 ‘좋은데이’ ‘참이슬’ 등 여럿이다. 병 색깔이나 크기도 동일하다. 하나같이 한글 브랜드다. 가격은 ‘건배’가 87밧(3200원), ‘좋은데이’는 129밧(4700원).

자세히 보면 ‘좋은데이’ 병뚜껑에 수입필증이 붙어 있다. 색깔도 크기도 포장도 비슷하지만 ‘태국산 한글 소주’ 가격이 30% 이상 싸다.

 

잠시 한국 과일소주로 재미를 봤던 한국 수입업자는 매출이 급전직하 할 수밖에 없다. 유사소주를 만드는 태국 현지 회사가 이미 4-5곳이 넘어섰다고 한다.

이뿐만 아니다. 간장조림, 생선장 등의 브랜드 명도 한글이지만 수입필증은 없다. 태국에서 한글을 붙여 만들어 내는 이른바 ‘한국 무늬 태국 제품’들이다.

한때 중국산 배들이 한글상자에 담겨 태국에 유통된 적이 있다. 크기도 맛도 한국산만 못하지만 포장만 보면 영락없는 한국산이었다.

그러나 태국 현지에서 한글 이름을 달고 유통되는 태국산 음식들은 가짜 중국 수입배 단속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다.

태국제품에 한글 상표를 단다고 저촉될 것도 없다. 비슷한 크기와 색의 병도 일반화돼 저작권이 있을 리 없다. 한국에서의 생산원가, 유통비용, 수입관세 등을 포함하면 태국현지에서 생산되는 저렴한 한국유사 제품을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게다가 태국은 맛의 나라요 ‘세계인의 주방’으로 불리는 곳이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한류’의 끝판은 무엇이고, 궁극적으로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 것일까?

그 답이 세계 시민의 ‘한국화’라고 하면 간단하겠지만 한국인을 이롭게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면 생각이 달라진다. 재주는 곰이 넘고 엽전은 왕서방이 챙기는 격이 아닐 수 없다.

대체 못할 불멸의 오리지널 맛을 지닌 K-FOOD을 만들어 내야 한다고 한다면 또 할말이 없어진다. 한국식품 들고 해외시장으로 떠나는 사람들 가운데는 새파란 젊은이들도 많다.

태국 등 동남아는 중산층이 두텁지 못하다. 그러니 하이엔드 아니면 매스마켓에 집중한다. 과거 한류의 인기 속에서 한국영화나 OST는 태국에서 이상하게 맥을 못췄다.이유가 간단했다. 며칠만 기다리면 복제품이 나오는 탓이었다. 콘서트가 성황을 이룰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현장에 가야만 즐길 수 있는, 즉 ‘복제’할 수 없다는 데 기초하고 있다.

한국 영상컨텐츠가 더 인기를 끌수록 한국 식품 등 소비재의 수요는 증가하겠지만 태국 복제품의 비중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이미 태국에는 00마트 등 태국인이 운영하는 한국형 마트 수십개가 전국 골목 곳곳으로 파고들고 있다. 수입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현지에서 제조해낸 ‘무늬만 한국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

한국적 디자인에 좀 널찍한 공간, 매스마켓을 기본으로 ‘한국 맛’을 내는 비싸지 않는 한국음식 뷔페를 한다면 돈 벌지 않을까란 상상을 해본다. 코로나 전후로 이미 잘 되고 있는 곳이 많지만 ‘콘서트’처럼 복제불가능 영역대이니까.<by Har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