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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국왕 돌발인터뷰에 응하고, 셀프 카메라 찍고.. 해피타이|2020.11.05 19:10|조회수 : 451


 

 

상전벽해(桑田碧海) 같은 일이 틀림없다.

 

대부분의 외신들이 태국 국왕의 시위대를 보는 발언에 주목했지만 더 놀라운 것은 권위를 대폭 낮춘 국왕의 행동이다.

 

태국 와치랄롱꼰 국왕이 11월 1일 방콕 왕궁 에머랄드사원 부처의 겨울의상을 갈아입히는 행사에 참가했다가 왕실을 지지하는 수천 명의 군중 속으로 들어갔다. 이때 중년 나이의 영국 언론인 조나단 밀러가 군중 속에서 불쑥 튀어나와 질문을 던졌다.  이 장면은 영국 채널4과 CNN을 통해 방송됐다. 

 

조나단 밀러는 센 영국 억양으로 국왕에게 ‘Sir’라는 칭호를 붙이며 이렇게 물었다.

 

“왕실개혁 주장하는 시위대 어떻게 생각하나요?” “타협의 여지가 있나요?”

 

태국에선 왕실개혁을 포함한 반정부 시위가 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왕실과 관련된 예민하고 거북한 질문인 만큼 사전 조율이 안된 ‘날 것’이 틀림없었다.

 

국왕은 가던 길을 멈추고 손사래를 치며 처음엔 영어로 “노코멘트”라고 하더니 이내 영어로 “우리는 시위대도 똑같이 사랑한다” “태국은 타협의 땅이다”라고 응답했다.

 

국왕이 수티다 왕비와 팔짱을 끼고 멀어져 가는가 했던데 국왕을 수행하던 공주가 국왕과 귓속말을 주고받더니 다시 카메라를 찾아 두리번 거리며 뒤돌아 왔다.  국왕이 공주의 어깨까지 두드린 것으로 봐 아마도 ‘니가 다시 좀 잘 말하라’라고 한 듯한 느낌이다.  공주는 다소 격앙되고 큰 목소리의 영어로 “우리는 어쨌든 태국 국민을 사랑합니다. 태국은 평화로운 나라입니다. 그것을 사랑합니다. 행복합니다. 이것이 진짜 사랑이죠. 아시죠? 그렇죠”하고 부연설명을 했다.

 

별세한 푸미폰 국왕 포함 태국 국왕이 언론사 기자의 단독 질문에 바로 응답한 경우는 수십년간 그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대부분 왕실 추밀원이나 관보인 로열 가제트지, 왕실뉴스 등을 통해서 간접 발표할 뿐이었다.  이런 매체를 통해 밝힌 국왕의 대답이 정확하지 않으면 여러 뜻으로 해석할 뿐 되묻지도 못했다. 

 

과거 푸미폰 국왕이 인준한 감사원장이 문제가 되어 거취 문제가 불거졌을 때도 국왕이 정확한 뜻을 밝히지 않자 정치권에서는 제 나름대로 유리한 해석을 할 정도였다.와치랄롱꼰 국왕도 언론에 직접 대답한 것은 왕세자 시절인 1979년 이후 41년만 이라고 태국 언론은 전했다.

 

수십년간 왕실관련 보도를 하면서도 단 한번도 국왕에게 질문을 던지지 못한 태국 언론들은 눈 뜨고 ‘물 먹은’ 셈.  보통 물 먹으면 인정 못하고 분풀이(?)하는 경우가 있는데 태국 기자들도 영국 언론의 국왕 인터뷰가 나간 뒤  의문을 제기했다.   '짜고 친 고스톱 같다'는 뉘앙스의 말도 나왔다. 

 

수십년간 왕실을 취재한 태국 기자들은 “국왕에 대한 질문이 불법은 아니지만 사전에 정해진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취재중에도 국왕이 지나가면 기자도 머리를 숙여야 한다고 말했다. 

 

또 카메라 기자들도 지정된 장소에서만 촬영을 해야 하고 광각 렌즈만 사용할 뿐이지 클로즈업 촬영은 불허된다고 밝혔다.  태국 방송기자협회에선 “사전 승인 없이는 방송장비 반입이 불가하다”고 주장했다.

 

태국에서 왕실관련 보도는 보통 지상파 TV인 CH7이나 CH3 등의 ‘풀기자’단이 촬영해 공유하는 방식을 취해왔다. 영국기자와 카메라맨의 왕실행사 취재를 허용한 것은 태국 공보국. 태국 경찰청 대변인은 왕실경호 프로토콜에 대해선 ‘왕실경호국’의 소관이라며 언급을 피했다.

 

태국 언론들은 조나단 밀러 기자가 왕실을 지지하는 군중을 취재하다 우연히 국왕을  인터뷰해 ‘횡재’ 한 것이라며 ‘태국 기자들이라면 이렇게 못했을 것’이라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이날 전에 못 보던 태국 국왕의 행동은 이 뿐만이 아니었다.

 

 수티다 왕비와 팔짱을 낀 와치랄롱꼰 국왕은 왕실을 뜻하는 노란색 옷을 입은 군중들 사이로 지그재그로 돌며 군중들의 연호에 화답했다.   카키색의 태국 전통의상을 입고 국왕과 팔짱을 낀채 군중 속을 헤쳐나가는 수티다 왕비의 등판은 땀으로 군데군데 얼룩졌다. 

 

와치라롱꼰 국왕은 중 고교 1학년 남학생이 ”셀프 카메라를 찍어도 되냐”고 하자 “그럼” 하며 포즈까지 취해 주었다.  국왕은 남학생의 두 어깨를 짚고 왕비와 함께 휴대폰 카메라 앵글을 향해 미소를 지었다.

 


 

 

태국식 인사인 와이(합장한 손을 얼굴이나 이마에 대며 인사하는 법)는 그 대상이 높을수록 손의 위치가 올라간다. 국왕에 대한 와이는 두 손을 머리 끝까지 최대한 치켜든다.  감히(?) 얼굴 들고 눈 마주치지 못한다. 당연히 사진 촬영도 금지되어 있다.

 

태국은 2006년 이후 오랫동안 저소득층 중심의 레드셔츠와 왕실을 지지하는 엘리트 계층인 옐로셔츠의 대립으로 혼란을 거듭했다.  국제공항을 폐쇄하고 아세안정상회담까지 무산시킨 태국의 ‘색깔 전쟁’은 세계적 화제였다.  2014년 군부 쿠데타 이후에는 표면적으로는 안정을 유지하는듯 했다. 오랫동안 이어진 군부의 ‘비상조치’로 레드셔츠는 괴멸됐다. 군부는 왕실의 수호자다.

 

특별한 색깔은 없지만 올해 2020년 들어 젊은 층이 레드셔츠를 대신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들은 쿠데타를 통해 집권한 총리의 퇴진, 비민주적인 헌법의 개정, 왕실의 개혁 등을 요구한다. 

 

왕실에 대한 부정적 묘사는 현행법으로 중형에 처해 질 수 있어 태국에선 언론이나 일반인이나 왕실개혁에 대해선 함부로 말 못했다.  그런데 올해 반정부 시위대는 ‘대놓고’ 왕실개혁을 외치고 있다. 1932년 입헌혁명이후 88년간 태국에선 유례없는 일이다.

 

최근 태국 와치랄롱꼰 국왕은 반정부 시위대와의 대치국면에서 왕실을 지지한다며 국왕 사진을 들고 있는 사람에게 다가가 ‘용감하다’고 칭찬했다.  국왕의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지만 최근에는 국왕과 왕비의 행차 때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모습도 흔히 목격된다. 태국 국왕이 외신의 돌발인터뷰에 응하고 셀프카메라 찍는 일은 과거에 비해 왕실의 권위가 낮아지고 있음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 모든 것이 바뀌고 달라지듯 공고했던 태국 왕실과 태국 사회도 변하고 있음이 틀림없다. <by Harry>

 

<아래 링크는 언론 인터뷰 장면 영상> 

 

 https://youtu.be/R6s-HOgk4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