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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CC 언론보도

[세계일보] 아시아 韓流, 그 현장을 가다 현지인이 생산자로 해피타이|2011.03.18 12:36|조회수 : 1830

  세계일보 (2011년 3월 16일자)


반종 감독 작 ‘꾸언믄호’ 지난해 최대 관객
서울 명동·남이섬 등 한국서 95%이상 촬영
이웃나라에서도 개봉 예정… 한류 지평 넓혀
영화 배경무대·촬영지 관광상품으로 각광


문화는 공감대다.‘한류(韓流)’가 10년 넘게 사랑을 받고 있는 저변에도 공감대의 영향이 컸다.
일부에서는‘혐한론(嫌韓論)’혹은‘반한류’라는 새로운 지류도 불거졌지만 한류의 흐름은 여전하다.
한류에 깊이 공감하는 이들이 늘고 있는 덕분이다. 한류의 시발점인 아시아의 한류 사랑은 각별하다.
이번 주부터 격주로 이 지면에서 한류의 유량이 더욱 풍부해진 아시아 각국의 현장을 찾아 나선다.

 

 
◇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은“줄거리와 감정의 굴곡을 짧은 시간에 보여줄 수 있는 영화는 
다른 문화를 이해하는 데 가장 훌륭한 도구”라고 설명했다.


 
태국은 ‘미소’의 나라다. 어느 나라에도 결코 정복되지 않았던 곳이기도 하다.
식민주의가 창궐한 20세기 전후에도 식민지배를 받지 않았던 나라가 태국이다.
이런 역사적인 배경 덕분인지, 국민들은 성공보다 행복을 추구하는 경향이 강하다.
세계 배낭여행자들의 천국인 방콕의 카오산 거리를 찾는 외국인이라면 누구나 태국에서 전해지는
‘행복 바이러스’에 온전히 감염되기를 바란다.
다른 나라 사람들이 부러워하고 닮고 싶어하는 태도를 지닌
태국인들이 지금 한국에 열광하고 있다. 한류 확산에는 한류 영화를 만든 태국의 한 영화감독도 큰 영향을 끼쳤다.
한국에서 95% 이상 야외 촬영된 태국 영화‘꾸언믄호’(Kuan mun ho·영어 제목 ‘헬로 스트레인저’)를 제작한
반종 피산타나쿤 감독(32)이 그다.
태국영화사 GTH와 한·태교류센터(KTCC)가 공동제작한‘꾸언믄호’는
지난해 8월 태국에서 개봉돼 방콕과 치앙마이에서만 130만 관객을 불러모았다. 태국에서 ‘코리아 열풍’의
강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이 영화는 한국 관광에 나선 태국의 젊은 남녀가 우연히 한국에서 만나
서로 싸우다가 이해하고 사랑에 빠진다는 로맨틱 코미디물이다. 서울 명동과 이태원, 강원도 남이섬 등 한국의
명소를 영상에 담아 태국 영화팬들에게 인기를 끌었다.

 

 

◇서울을 배경으로 한 태국의 한류 영화 ‘꾸언믄호’의 한 장면.

 

#지난해 태국 영화 최대 관객 동원

공포영화 ‘셔터’의 국내 개봉으로 한국에서도 지명도를 지닌 반종 감독을 방콕 수쿰빗의 GTH에서 만났다.
‘꾸언믄호’로 흥행 성공을 거둔 그는 예상과 달리 노련미보다는 신선함이 묻어나는 젊은 감독이었다.
주중 개봉작으로는 최다 매출 기록인 720만바트(2억8000만원)의 입장수익과 6만5000명의 관객을 동원해
태국에서 개봉작 신기록을 세우는 등 큰 실적을 거둔 ‘꾸언믄호’의 성공이 남긴 의미를 그에게 물었다.

“할리우드 영화를 제외한다면 2010년 최대 관객을 끌어모은 태국 영화로 인정받았다는 데서 보람을 느낍니다.
전문가들도 평가해 주고 있습니다. 해마다 3월 말 쯤 태국영화제(수하나홍사 어워드)가 열리는데,
올해 ‘꾸언믄호’가 최고 감독상, 여우주연상, 최고작품상 후보로 올라 있거든요.”

130만 관객이라고 하지만 이 영화를 본 태국 사람은 족히 그 몇 배가 넘을 것이라는 게 현지의 평가다.

태국에서는 매출수익으로 관객 수를 추정하는데, 보통 보수적으로 접근한다. 이 수치도 배급이 원활한 방콕과
치앙마이의 개봉관을 대상으로 한 것이고, 그 외 지역은 배급사가 달라 합계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
값이 싼 VCD나 DVD 등을 통해 영화를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덕분에 남자주인공으로 출연한
찬따윗 따나새위와 처음 영화에 출연한 여배우 타차폰 와자삿은 단번에 태국의 인기 배우로 성장했다.

 


◇방콕시내 크고 작은 가게에서는 한국에서 상영되고 방송된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을 담은 
VCD나 DVD를 찾는 이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동남아 한류 지형 확대, 방한 관광객 증대에 영향

‘꾸언믄호’가 미친 영향은 태국 내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영화는 벌써 이웃나라인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호주, 홍콩 등에서 상영됐거나 상영 예정이다.
한국의 극장에서도 곧 관객에게 소개될 예정이다. 동남아 일부 제작사와 감독들은 ‘제2의 꾸언믄호’ 탄생을
벼르며 한국 촬영을 모색할 정도로 전문가 집단에 미친 영향도 크다.

가장 큰 수혜 대상은 역시 한국 제품과 한국 관광 분야였다. 당장 지난해 2000명이 넘는 태국인들이
‘꾸언믄호 따라하기’ 여행 상품으로 한국을 찾았다.
감독으로서 이런 성공 열풍을 이어가고 싶지는 않을까.
2010년 4월 한국 현지촬영을 끝낸 이후에도 반종 감독은 일곱 차례에 걸쳐 한국을 찾으며‘다음’을 준비하고
있지만 차분하다.
반종 감독은 “저뿐만 아니라 다른 감독들도 한류에 편승하려고만 해서는 안 될 것”이라며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줄거리를 갖는 게 우선”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당장은 아니지만
다시 좋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마음에 두고 있는 작품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가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아직은 없어요. 한국을 배경으로 다음 작품을 찍지는 않을 생각이고, 있더라도 밝히기 곤란한 점이 있어요.
태국을 비롯한 동남아에서는 감독의 어떤 생각이 노출되면 금세 아이디어를 도용하는 사례도 빈번합니다.
더구나 태국에서는 시나리오를 쓰는 작가와 감독이 따로 구분되는 경우가 별로 없어 혼자서 아이디어를
숙성시키고 있어요.”

 


#“한국 영화인의 프로정신, 관객의 사랑, 외부인 지원 부러워”

태국을 대표하는 감독으로 인정받는 그가 ‘꾸언믄호’를 만든 과정을 설명했다.
반종 감독은 ‘한국의 두 얼굴’이라는 책을 수년 전에 읽고 이를 주제로 영화를 만들게 됐다.
주변의 도움도 적극 활용했다. 촬영장소 섭외 등을 하면서 한국관광공사에서 도움을 받은 것도 그중 하나다.
그러면서도 매 작업마다 최선을 다했다.
영화 제목만 해도 그랬다. 한국 느낌을 강하게 드러낸다는 생각으로
처음에는 ‘서울 메이트’(Seoul Mate)로 시작했다가 변화를 거듭했다. 최초 관객이 태국인이라는 점과
차후 수출까지 염두에 두면서 태국 정서와 한류 분위기를 동시에 고려했다. 그렇게 해서 나온 제목이
‘꾸언믄호’다. 주연 배우들이 ‘슬프고, 술 마시고, 즐겁게 생활한다’는 뜻을 살려 태국 말인 ‘꾸언믄호’로 한 것.


대학 시절 영화를 전공하면서 23살에 이미 단편영화를 찍은 반종 감독은 기회가 된다면 한국 배우와 함께 일을
해보고 싶다고 했다.
“개성 강한 배우인 최민식씨, 여유와 아름다움이 묻어나는 송혜교씨와 함께 영화를 찍고
싶어요. 둘을 같은 영화에서 남녀 주연배우로 내세우고 싶어요. 그런 배우를 가진 한국 영화계가 부러워요.
한국 영화에서 가장 부러운 것은 영화인의 치열한 프로정신과 관객의 사랑, 그리고 정부와 민간 영역의 적극적인
지원입니다.”
그와의 만남에서 깨달은 것인데, 한국 대중문화뿐 아니라 한국 문화의 이면을 본받고 따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또 다른 한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콕=글·사진 박종현 기자 bal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