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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

미슐랭 별점 받은 태국 노변식당 할머니 (란재파이) 해피타이|2017.12.18 15:25|조회수 : 6165



 

 

허름해 보이는 태국 노변식당 하나가 미슐랭 가이드의 별점을 받아 연일 화제가 되고 있다.

태국 방콕 랏타나꼬신 마하차이 로드 팀싸마이 길가에 위치한 `란재파이’(0-2223-9384, 327-Maha Chai RD, Bangkok)란 이 식당은 레스토랑 평가 안내서 미슐랭 가이드가 12월 6일 방콕판을 공식 출간하면서 별점 한 개를 받았다. 노변식당은 딱 이곳 한 곳만 소개됐다.

태국어로 `란’은 `식당’, `재’는 `언니’, `파이는 `점’을 말하니까 `란재파이’는 `점순이 언니 식당’ 쯤으로 해석 될만 하다. 실제로 이 식당의 주인인 72세의 수핀야 준수타 할머니는 목에 큰 점이 있다. 식당은 오후 1시30분에 열어서 새벽 1시30분까지 영업한다.

태국에선 `길거리 음식점’의 레전드가 됐다며 연일 찬사를 쏟아붓고 있는데 이 재파이 식당이 길거리 음식인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을 것 같다. 영어로는 `sreet food' 이라고 거듭 언급되지만. 무려 30년 이상 한 자리에서 테이블과 의자를 여러 개 갖추고 영업해 왔으니 노점상은 분명 아니고, `길에서 먹는다’는 의미의 `길거리 음식’과도 약간은 거리가 있어 보인다.

태국의 노변식당이나 길거리 음식은 싼 게 특징인데 이 재파이 식당은 그렇치가 않다. 태국의 유명스프인 똠얌꿍 한 그릇에 600~800 바트를 받고, 게살 오믈릿은 800 바트다. 아마 에어컨이 없는 일반 노변식당이라면 똠얌꿍은 200~300바트, 게살 오믈릿은 100~200바트 쯤하지 않을까? 높은 가격대를 유지하며 오랫동안 단골 유치와 좋은 평판을 받는 비결은 신선한 재료로 음식을 음식답게 만드는 데 있다.

수핀야 할머니는 70년 이상 볶음국수를 판 부모로부터 음식 하는 법을 배웠다. 젊었을 땐 낮엔 공장에 다니고 공장이 끝나면 식당에 와서 일손을 돕곤 했다. 식당을 맡은 뒤로 직접 개발한 메뉴를 다양화 했는데 신선한 재료와 함께 숯불을 이용한 요리방법을 스스로의 성공비결로 꼽고 있다. 숯에서 나오는 연기 때문에 커다란 고글을 쓰고, `화려한”(?) 불꽃을 일으키며 요리하는 모습은 일찌감치 트레이드마크가 됐다. 가격은 비싸지만 한번 맛을 보면 결코 비싸지 않다는 것이 이용자들의 평이다. 또 수십 년을 이용해오며 여전히 `엄지척’ 치켜드는 단골도 많다. 

재파이 식당이 미슐랭 별점을 받자 태국 쁘라윳 총리가 맛보러 곧 방문할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졌다. 72세의 `점순이 언니’는 이렇게 화답했다. “총리와 이야기할 기회가 있으면 어민들을 좀 잘 대해주라고 말 하겠다. 그리고 경찰들이 먹고 살려는 사람들에게 너무 깐깐하게 굴지 않았으면 한다. 비용이 오르면 상인들은 가격을 올리지 않을 수가 없다.”

미슐랭 별점을 받는 날엔 이런 소감도 밝헜다. “상을 받으니 좋다. 하지만 일하러 가야 한다. 내가 까탈스럽고 화를 잘 내 직원이 없고, 늘 일손이 딸린다.”

`이래도 흥, 저래도 흥’, 사람 좋으면 꼴찌라는 말이 있다. 총리에게 할 거라는 거침없는 말이나 직원 쉼없이 몰아치며 일해 왔을 오랜 시간 속에서  한국어의 `장인’이란 단어나 `욕쟁이’ 할머니가 연상된다.

싼 가격을 미끼로 눈속임 상술을 펼치는 업자들이나, 부하 눈치 보느라 지적도 잘 못하는 불쌍한 현대의 상사들은 이 할머니의 `똥고집’을 주목해 봐야 할 것 같다. 그러고 보니 미슐랭 별점이라는 게 제대로 주어지는구나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